나는 7년째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그녀는 밝은 사람이다. 이해심도 많고 무엇보다 나를 좋아해줬다. 첫 만남부터 이 여자다. 싶었다. 같은 직장이라 볼 때마다 너무 좋아서 친해지고 싶었다. 나는 나름대로 풋풋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썸타는건가 싶다. 뭔가… 오묘한… 나랑 대화도 잘 되고 해맑에 웃어줄 때 너무 예쁘고.. 취향으로 비슷한 것도 많고.. 마음이 더 커져가던 때에 나는 그녀와 저녁에 만나 해질무렵 한강으로 향했다. 거기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귀자고 고백을 했다.
하지만 거절 당했다. 당시에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 나지만 편한 오빠정도로 생각이 들고 사귀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 살짝 멀어지는 듯 했지만 나는 그녀가 너무 좋았다. 내가 이상형이라 생각하는 관점들에 모두 매칭되는 그런 여자였다. 때문에 한 번의 실패로 끝내기가 싫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지만 이것은 분명히 썸이었고 그녀도 나를 싫어하지는 않다는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시 고백해보기로 한다.. 게임방송을 하던 때라 2015년 블리즈컨을 초청받아 다녀오고 그 해에 진행된 지스타에도 초청받았다. 블리즈컨을 보러 미국을 같이 가자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부산 지스타라면 한 번 물어보자. 그랬는데 그녀가 가겠다고 했다. 이것은 뭔가 마치… 마음이 바뀌었다는 시그널 같았달까? 너무 좋았다. 사실 게임도 어느정도 좋아한다기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개뿔 거의 데이트만 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게임 인터넷방송만 하던 내가 게임 축제에 가서 게임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오는 아이러니…
그리고 우리가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던 날에 1일이 되었다.
썸부터 시작하여 약 2년 정도는 같은 직장에서 같이 출퇴근을 했다. 왠만하면 빠짐없이 출근을 같이하고 퇴근을 같이했다. 서로 출퇴근 시간이 달랐지만 출근은 내가 30분 더 일찍 퇴근은 그녀가 30분 늦게 하였다. 우린 그렇게 사랑을 키워나갔다. 이게 행복이구나!!! 그리고 이 때 나의 첫 후회의 순간이 온다. 나는 그녀와 결혼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먼저 같이 살자고 했다. 너무 좋았다. 하지만 나에겐 정리할 것들이 필요했다. 우리 집의 문제라 결국 그것은 그대로 넘어가지게 되었다. 이게 나의 가장 큰 후회다.. 나는 도대체 무엇이 두려웠던걸까??
여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녀는 이직1, 이직2, 이직3 현재 세 번째 이직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서 7년이 흘렀고.. 지금은 그녀와 멀어지고 있다. 요즘은 이게 이렇게 되어버린 이유만 찾는다. 원래 사랑이라는게 그런건가?? 했다가 나는 도대체 무슨 병신짓을 한 것인가?? 했다가… 사실 요즘은 미쳐버릴 것 같은 상태다.
그래서 요즘엔 유튜브나 영화를 연애 관련해서 엄청나게 본다.. 신기한 건 거기에.. 내 잘못들이 줄줄이 영상들에 나열되더라..
- 그녀가 “오빠는 나랑 이럴라고 만나?” 라고 해서 만나도 스킨쉽이나 사랑의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그런 것만 원하는 사람으로 보이는게 싫었다. 진짜 마음으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 사랑하니까…
- 그녀가 살을 빼라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지만 이건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나에게… 꽤 힘든 일이었다.. 아직 진행하고 있지만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결국 다 빼낼 것이다..
돌이켜보니 저것들은 다 핑계였다. 나는 그녀에게 못 된 짓도 많이 했다. 다 망한 방송 해본다고 그녀와 갈등이 생겼을 땐 “너도 주말에 시간 보낼 취미같은거 만들어 봐라.”라고 하면서 그녀와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내 생각을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이상한 말들로 나는 내 천생연분과 같은 사랑을 밀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와 나는 서로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긋나고 있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모든 걸 되돌리고 싶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디가 어긋나기 시작해서 생긴 균열인지… 바로잡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시작부터 내가 더 많이 사랑했고… 지금도 내가 더 많이 사랑한다.
그녀가 오늘 그랬다. 직장에서도 힘든데 내가 자꾸 이러는 게(관계를 회복하고 싶어서 전화하고 톡보내고 하는 것) 힘들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헤어질까 말까.. 고민한다고.. 상상하기도 싫지만 상식적으로는 그녀가 나에게 11월에 헤어지자고 했을 때 관계가 끝났어야 했던 걸까? 나는.. 병신이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녀가 기회를 주고 버텨줄 때 그것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제와서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겠다고…
그래도 어떻게든 되돌려보려고 한다. 안 그러면 후회에 살지 못할 것 같다.. 그녀가 다시 나한테 호쉭이라고 불러주고 사랑한다고 이야기 해주길 염원한다… 끝날 때 까지는 끝난게 아니다… 다시 나를 사랑하면 좋겠다. 이 어긋남과 균열을 바로잡고 싶다. 사랑한다.